덕암 칼럼 펜트하우스와 대웅전
2026.02.09 12:30:26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 팰리츠 최상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주거공간으로 평균 100평이 넘는 넓이에 싯가 수 백 억원대의 고급 주택이자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주거공간이다. 경제적이나 실용가치로 보면 상당한 건물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특정 소유자의 부동산에 불과한 것이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주상복합시설에 불과하다. 물론 문화적 가치나 역사적으로 후손들에게 전달할 만한 메시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때가 되면 안전진단을 받고 재 건축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이 매수했을 경우 리모델링을 거쳐 입주민의 만족을 채울 뿐이다. 어디 펜트하우스 한 곳만 그럴까.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들어선 많은 초고층 아파트, 주상복합상가, 기타 공공 시설물 또한 마찬가지다. 대부분 용도를 보고 건립되었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기껏 해야 수 십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다. 반면 문화재는 수명이 따로 없다. 수 백년 수 천 년 지나도 재생할 수 없는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일반 건축물과는 달리 한번 화재로 소실되면 같은 이력을 갖출 수 없다. 재건, 복원이라는 과정을 가치지만 이끼 낀 바위와 수 백 년 이슬과 바람을 머금은 대들보를 어찌 흉내 낼 것인가. 비단 수명뿐만 아니라 해당 건축물에 담긴 사연이나 깊은 뜻보다는 얼마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느냐, 아니면 재 건축 시 토지에 대한 지분율이 얼마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 건축물과는 달리 문화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 시내 대형호텔과 경복궁을 비교해보자 지난 2008년 2월 10일 저녁, 70대 방화범 채종기가 국보인 숭례문에 방화를 저질러 5시간이나 불을 끄지 못해 소실된 바 있다. 2층의 90% 1층의 10%가 불에 탔다. 5년이 지난 2013년 5월에야 277억 원을 들여 복원되었지만 완공 직후 단청이 벗겨지는 현상이 발생했고 목재는 갈라졌으며 기와는 탈색과 변색이 진행됐다. 이후에도 문화재 관리에 대한 부실함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물론 자연재해도 있겠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들도 많았다. 이 두 건축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경제적 잣대로 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작성하는 글의 공통점은 문제 제기에 대한 대안 제시다. 문제의 심각성을 짚어보자. 2025년 6월 30일에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명승지 내 별서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내부의 목조구조와 고서적, 전통 공예품 등이 소실됐다. 앞서 동년 6월 10일에도 종로구 경지동 조계사 불교 중앙 박물관 옆 국제회의장 내 나무갤러리 카페에서 화재가 발생해 문화재 관리에 대한 적색 신호등이 켜진 셈이다. 지난 1월 24일 오전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고택이 화재로 소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금양정사는 1시간 40분 만에 전소됐다. 해당 건물은 16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퇴계 이황의 제자인 황준량이 학문을 갈고 닦으며 후학을 하던 장소다. 최근에는 지난 2월 7일 오후 9시 40분쯤 문무대왕면 입천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 다음 날이 8일 오후 6시경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당시 불은 순간 최대 풍속 초속 21.6m의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인근 지역으로 번졌으나 소방당국의 밤샘 진화작업 끝내 불길을 잡았다. 불이 난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과의 직선거리 8km 안팎으로 가까운 거리였다. 어디 불이 상황이나 사물을 봐가며 번지던가. 인화 물질과 산소만 있으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가장 큰 사건으로는 1954년 12월 26일 당시 부산 용두산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쟁 당시 부산으로 대피시켰던 국보급 문화재 3,500여점이 소실된 바 있다. 가치로 볼 때 현금으로 상환할 수 없는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보물이었다. 누가 불을 질렀는지 자연화재인지 알 수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다시 볼 수 없는 우리나라 국보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산불이 자주나는 영동지역에서는 평소 훈련을 심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가 있는 것이니 대안이라고는 사전예방이나 조기 진화가 방법이다. 하지만 불이 어디 난다 하고 나던가. 지금도 눈에 선한 2005년 대웅전 등 국보급문화재로 정해진 낙산사 전소 장면은 산불이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크게 심어주고 있다. 강원도는 특히 산불에 취약하다. 2019년 4월 5일, 다른 곳은 나무를 심는 식목일이지만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변압기에 서 발생한 폭발은 인근 산으로 옮겨붙어 대형화재로 번진 바 있다. 여의도 면적을 태운 불길은 막대한 자연재해를 남기고 소방기록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은 바 있다. 결론적으로 문화재 소실은 돈을 계산되지 않는 손실이다. 문득 2025년 3월 영남 지역을 강타한 산불이 새삼 연상된다. 당시 산불은 연소재가 될 만 한 것은 가리지 않고 확산 됐다. 경북 의성군에 있는 만장사의 석조 여래좌상이나 비안면 자락동의 석조 석가 여래좌상은 경북 유형 문화제 제 56호로 해당 사찰의 스님들이 긴급 수습에 나서면서 겨우 보호될 수 있었다. 필자 또한 해당 사찰을 방문하여 성금을 전달하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오늘은 문화재 방제의 날이다. 매년 2월 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정했다. 일반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 화재 발생에 대한 예방이다. 발화원인이 될만한 작은 소재라도 절대 금기시하는 협조가 필요하다. 문화재보호법 제 82조 손상 등의 금지에 따라 법률적 책임이 따르게 된다. 법적 처벌을 떠나 문화재는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외국인에게는 국격을 보여주는 바로 미터라 할 수 있다.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의 문화재 보호에 예산을 투자하고 철저한 관리로 보호하는 것이 이러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래도 타워 팰리츠 펜트하우스와 어느 깊은 산속 고즈넉한 사찰의 가치가 같을 수 있을까.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심수연 기자 bkshim21s@naver.com







